작년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 담임목사님이 새로 오시면서 제자훈련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서 제자훈련에 참여하도록 서로 권하는 분위기인데, 나는 목사님에 대해 좋은 마음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훈련을 받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그것이 결국에는 “교회에 잘 다니기 위한 훈련”(즉 어떻게 하면 성경읽기, 기도, 예배 참여, 전도, 봉사 등에 더 전념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그런 것들을 잘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제자”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교회의 유지와 성장에 더 기여하는 것 같아서다.
내가 받아보고 싶은 제자훈련은 따로 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승의 인도를 받아 함께 사회의 현장으로 나가 거기에서 활동하고 예수의 말씀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법을 배우는 것, 즉 교회의 울타리에 갇힌 나를 밖으로 끌어내어 신앙과 실천의 괴리를 무너뜨려주는 것. 그런 훈련이라면, 주저도 되겠지만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예수가 3년간 제자들과 동행하며 나누었던 훈련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모 교회 목사님이 쓰신 교재로 성경공부를 하고, 강의를 수강하듯 결석하지 않고 숙제를 꼬박꼬박 해냄으로써 완성되는 훈련은,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예수의 훈련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절망이 클 때는, 예수를 따라다니며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배우고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는 지혜를 배운 제자들의 훈련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누구에게서 이런 훈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나의 태도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내 껍질을 깨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사실은 내 안일함을 정당화하는 사고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