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선교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온 세계와 민족과 방언을 향해 나아가는 원대한 계획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세계를 향한 우리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그 선교의 사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 작은 일들뿐이다. 하나님의 이름에 걸맞는 큰 일을 해드림으로써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고 하는 생각은 사실 얼마나 가소로운가. 온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 앞에 티끌만도 못한 우리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다음 순간 영원 속으로 사라지고 말 존재들이? 사실 하나님은 세상을 구원하는데 우리의 도움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사람의 입으로 그 영광을 입증받으실 필요도 없으시다. 단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시며 우리에게 사명을 맡기실 뿐이다.

어쩌면 나의 평생을 통해 내게 맡겨진 사명이란, 언젠가 나를 스쳐지나가게 될 한 사람에게 따뜻한 한 마디의 말을 건네는 것, 그럼으로써 그 사람의 삶 속에 작은 위안을 주고 조용히 사라지는 그런 작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그것이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신 목적이라면, 그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내게 감당시키셨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영광이 아닐까? 그 일을 마친 뒤 내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잊혀진다 할지라도, 그 한 순간을 위해 하나님이 창세 전부터 나를 기억하시고 준비시켜 오셨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큰 은혜가 있을까?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시는 일에 사소한 일이란 있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하나님보다 앞서가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때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명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임을 고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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