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예배

교회에서 절대적 중요성을 차지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예배다. 예배는 교회의 중심이며 그 본질이기도 하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교회의 존재 목적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일요일마다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신앙생활의 핵심으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교회가 예배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특정 시간에 이루어지는 공적예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삶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예배의 의미를 확장시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회중이 모여 함께 찬양하고 설교를 듣는 공중예배가 “예배로서의 삶”보다 덜 중요하다고 감히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예배의 중요성의 근거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이 이를 기뻐 받으신다는 것이다. 예배를 말하며 언급되는 강력한 이미지 중 하나는 우리의 찬양 속에 와서 좌정하시는 하나님이다. 우리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며 하나님의 이름을 높일 때, 하나님께서 그것을 기뻐 받으시며 우리 가운데 임재하시고, 또 그러한 임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을 통해, 또 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모습은 그러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은 사람들이 화려하게 올려드리는 분향을 어색해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조주이며 전능자인 하나님은 그 영광을 드러내 줄 그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윗이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짓겠다고 말했을 때 그 계획을 접으신 하나님의 의도는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인간인 우리는 성전과 음악과 설교의 조화 속에서 감동하지만, 하나님에게 그런 것은 감동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중시하는 공적예배는 하나님을 위한 예배라기보다는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나님을 정말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성경에 너무나도 명확히 나와 있다. 그것은 가난하고 고난받는 이들을 돌보는 것, 공의를 행하고 불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감동케 하는 것은 종교적 예배행위가 아니라, 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되고, 헐벗고, 병들고, 갇힌 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섬김을, 하면 좋지만 공적예배보다는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며,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이 아니라 선택사항 쯤으로 여기게 한다.

세상 속에서의 섬김이 없는 종교적 예배 행위를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성경은 오해의 여지 없이 너무도 분명하게 설명한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기름기가 지겹고,
나는 이제 수송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싫다.
너희가 나의 앞에 보이러 오지만, 누가 너희에게 그것을 요구하였느냐?
나의 뜰만 밟을 뿐이다!
다시는 헛된 제물을 가져 오지 말아라. 다 쓸모 없는 것들이다.
분향하는 것도 나에게는 역겹고,
초하루와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참을 수 없으며,
거룩한 집회를 열어 놓고 못된 짓도 함께 하는 것을,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나는 정말로 너희의 초하루 행사와 정한 절기들이 싫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에게 짐이 될 뿐이다.
그것들을 짊어지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너희가 팔을 벌리고 기도한다 하더라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너희가 아무리 많이 기도를 한다 하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의 손에는 피가 가득하다.
너희는 씻어라.
스스로 정결하게 하여라.
내가 보는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버려라.
악한 일을 그치고, 옳은일을 하는 것을 배워라.
정의를 찾아라.
억압받는 사람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고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 (사1:11-17)

오늘날 교회의 예배는 화려함의 극치다. 예배와 찬양과 설교에 교회가 쏟는 노력과 정성은 실로 엄청나다. 인간인 우리는, 예배를 통해 폭발하는 그 에너지를 보며 큰 감동을 느끼고, 그것이 하나님의 임재함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한번도 그러한 자리를 즐거워한 적이 없으며, 자신을 위해 마련된 보좌를 슬그머니 벗어나 요란한 찬양 소리가 미치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어두운 골목길로 찾아들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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